
No-Wall Apartment
아파트에서 거의 모든 벽과 문을 걷어내는 시도는 대다수에게 무모하거나 수용하기 힘든 결정일 것이다. 주거 공간에서 벽을 없앤다는 것은 곧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고 차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 수면, 취사, 위생, 여가와 같은 행위들은 전통적으로 아파트 내에서 독립된 실(Room) 단위로 구획되어 왔다. 우리는 이러한 행위들이 효율적이고 쾌적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 수치와 채광, 환기, 그리고 거주자의 선호에 맞춰 공간을 조정한다.
하지만 중앙 복도에서 각 방이 포도송이처럼 갈라져 나가는 전형적인 평면 구조가 모두에게 최선은 아니다. 고정된 경계와 경직된 기능 정의, 그로 인한 채광과 환기의 제약은 거주자에게 한계를 느끼게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바닥 면적이 아무리 넓어도 공간이 비좁고 폐쇄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관습적인 규칙들을 걷어내면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고정 요소들에 빛과 소리, 동선의 투과율을 각기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공간을 분절된 조각이 아닌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자유로운 하나의 총체'로 재정의할 수 있다.
1-침실형과 4-침실형 아파트 사이의 미세한 경계
설비 샤프트와 천창을 제외한 모든 칸막이벽을 철거했다. 화장실 문을 제외하면, 전통적인 조적 벽체나 문이 전혀 필요 없는 방식으로 공간을 재구조화한 것이다.
평면 중심에는 단일 컴팩트 가구 블록을 배치했다. 이 블록을 축에서 살짝 회전시켜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4개의 방이 있는 아파트처럼 독립적인 기능 구역들이 형성된다. 동시에 공간은 막힘없이 흐르는 유동성을 유지하며, 명확한 경계가 필요 없는 원룸형 아파트의 개방감을 동시에 확보한다.
인테리어를 구축하는 핵심 요소는 빌트인 가구와 유리 블록, 그리고 커튼이다. 그 외의 요소들은 가변적인 집기와 소품, 개인의 흔적들로 채워진다. 여기서 '시간'은 중요한 설계 요소가 된다. 이 아파트는 사용자의 현재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향후의 변화나 공간 수정 가능성을 충분히 수용한다.
두 개의 주방
주방 기능은 두 곳으로 분리했다. 거실에 위치한 첫 번째 주방은 취사보다는 '홈 카페'로서 기능한다. 이곳은 향후 필요에 따라 다른 용도로 언제든 전환될 수 있는 가변성을 가진다. 가전제품이 완비된 메인 주방은 평면 후면부에 배치했다. 세탁/건조 시스템 및 오픈 선반과 통합된 이 구역은 커튼을 통해 시각적으로 분리하거나 연결할 수 있어, 상황에 맞춰 공간의 점유 방식을 즉각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위생 시설
중앙 가구 블록 뒤쪽에는 위생 시설이 위치한다. 불투명하지만 채광을 유입시키는 유리 블록으로 구획된 화장실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전형적인 문을 가진 폐쇄적 공간이다. 가구 유닛 뒤쪽의 단을 높인 플로어(Raised Floor)에는 세면대와 싱크를 위한 급배수 라인을 매립했다. 일부 위생 기능을 샤워실 밖으로 전면 배치함으로써, 세면 공간을 단순한 위생 공간 이상의 범용적인 공간으로 확장했다.
재료와 분위기
공간의 시각적 정체성은 원초적 물성에 기반한다. 건물의 노출 콘크리트 골조를 가감 없이 드러내어 가공되지 않은 콘크리트 본연의 질감을 살렸다. 여기에 회반죽 벽면, 광량 조절과 흡음 기능을 수행하는 암막 커튼, 전통적인 오크 파크헤이 바닥, 위생 구역의 유리 블록이 조화를 이룬다. 화이트 톤의 빌트인 가구와 아이코닉한 가구 피스들, 식재와 개인 소지품들이 이 건조한 물성 위에 레이어를 얹으며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빛
조명 시스템은 지극히 단순하다. 아파트 전체를 단일 회로로 구성하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각 등기구를 디지털 제어할 수 있게 했다. 동선상 익숙한 위치에는 디지털 로커 스위치를 배치하여 아날로그적인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도시 속의 아파트
이 아파트의 구성은 도시 인프라와의 높은 접근성을 전제로 한다. 도보 10분 이내에 상업, 여가, 문화 시설과 교통 거점이 완비된 맥락을 고려했다. 이러한 도시적 편의성은 주거 내부의 대규모 저장 공간 필요성을 상쇄하며, 공간이 더욱 여백을 갖고 개방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의도된 개방성
이토록 높은 수준의 개방성을 유지하는 것은 거주자의 의식적이고 명확한 설계적 판단에 따른 결과다. 삶의 방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이 가변적인 평면 구조는 향후 필요에 따라 집기를 교체하거나 경계 요소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요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건축가 알디티에이치 아르키텍티(RDTH architekti)
위치 체코, 프라하
용도 공동주택 리노베이션
대지면적 1,193㎡
건축면적 433㎡
연면적 101㎡
설계기간 2022
준공 2026
대표건축가 René Dlesk, Tamara Kolaříková
디자인팀 Kristián Vnučko, Kristýna Kopecká
인테리어 RDTH architekti
시공 David Koubek
사진작가 Filip Berán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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