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surrection of the Sudetenland
주데텐란트. 문화와 민족이 비교적 다양하게 섞여 살던 크르코노셰나 슈마바 산맥과 달리, 이곳 오라 산맥은 지난 세기까지 오직 독일어권 주민들만 모여 살던 고립된 땅이었다. 그렇기에 1945년 종전 후 이들이 강제 추방당했을 때, 지역의 인구는 풍경 속에서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산맥은 영혼을 잃었고, 이곳을 사랑하던 이들은 모두 떠나갔다. 그렇게 버려진 마을이 500여 개, 산비탈에 방치된 채 홀로 남겨진 가옥이 1,500동에 달했다. 이처럼 수없이 남겨진 전형적인 옛 산악 가옥 중 하나가 이번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뼈대가 되었다.
새로운 이주자들이 들어온 뒤, 이 건물은 70년 동안 온갖 방식으로 쓰이며 변화를 겪었다. 지상층은 필요에 따라 개보수되었고, 인프라 시설들이 임기응변식으로 덧대어졌다. 건물의 본래 수명이 다해 가면서 주변에는 정체불명의 부속 건물과 가설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그렇게 형성된 작은 휴양지에서 스키 클럽이 운영되기도 하며 지역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간을 억지로 이어 붙이려던 온갖 인공호흡에도 불구하고, 건물은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완전히 수명을 다하며 결국 임종을 맞이했다.
우리에게 이 공간을 다시 살릴 기회가 주어졌다. 지역 여름 캠프의 기능적 시설들을 복원하고, 가족들을 위한 산악 숙박 시설로 재탄생시키는 일이었다. 이 모든 과정은 오늘날의 현대적인 주거 기준에 맞춰 진행되었다.
우리는 이 공간을 지배하던 쓸쓸한 향수나, 관광객들을 위한 피상적인 산악 로맨티시즘의 선을 확실하게 넘어서기로 결심했다. 이 공간이 고아가 된 지 어느덧 70년, 즉 인간의 온전한 한 세대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 이전의 이 비탈진 삶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집에는 이웃들이 모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으며, 가축들이 울고, 장인들이 활기차게 소리를 내며 일했다. 사람들에게 이곳은 엄연한 고향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지역이 '영원히 버려지고 쇠락해 가는 땅'이라는 어두운 신화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국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영웅적으로 살아남았다거나, 내륙으로 이주할 수 있는 유혹을 뿌리치고 이곳을 지켜냈다는 식의 이야기는 단편적인 역사일 뿐이다. 그러한 비극적 서사는 방문객들을 그저 고통의 목격자로 끌어들일 뿐이며, 이곳에서는 사람 흔적조차 마주치지 못할 것이라는 왜곡된 환상만 심어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동감이 넘쳐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현대적인 요구와 일상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공간, 혹독한 산악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일 년 내내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이 단지의 새로운 삶을 표현할 색상으로 화이트를 선택했다. 비포장도로에 깔린 자갈까지도 모두 강렬한 화이트로 통일했다. 오래된 기존 건물에는 내구성이 뛰어난 화이트 스틸 지붕을 씌웠는데, 이 지붕은 경사면을 연결하는 목재 지붕을 거쳐 신축 건물의 매끄러운 화이트 스틸 외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창문은 깨지지 않는 안전유리를 적용하고 견고한 철제 프레임으로 감싸 안았다. 이 모든 건축적 매스는 과거의 유산이자 오라 산맥에서 채취한 자연석 기단 위에 굳건히 안착시켰다. 건물 주변에는 흰 자갈길을 부분적으로 조성하고, 연못가에는 작은 모래사장을 더했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의 시작은 철거였다. 기존 건물이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기 전까지 초원 위에 무분별하게 흩어져 있던 가설 구조물들을 과감히 해체하고 치워냈다. 그 과정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돌들은 따로 선별해 활용했다. 그 후, 새로 제안된 건축 프로그램을 하나의 일관된 볼륨으로 통합하여, 오랜 세월을 버틴 고풍스러운 옛 건물과 장난기 넘치는 젊은 신축 건물을 극적으로 대비시켰다. 규모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요소들은 사면 아래로 과감히 매립하여, 비탈진 경사면 위에는 오직 단 하나의 농가 형태만 남도록 정리했다. 이 농가는 개폐식 지붕이 있는 테라스로 연결된 신·구 주택으로 구성되며, 지붕의 외피를 하나로 통합해 기후 변화에 강한 내구성을 갖추도록 설계했다. 아울러 변형된 좁은 폭의 맞춤형 강판과 다중 이음 공법을 사용하여 금속 강판이 가진 입체적인 결을 한층 더 강조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코 나이브해서는 안 되며, 수백 년 전 우리에게 경험을 전해준 선대들이 그러했듯 이 집이 맞서야 할 산맥의 거대한 자연력을 깊이 이해해야 했다. 그래야만 비로소 이곳에 정착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라 산맥의 여름은 매우 짧다. 6월에도 마지막 서리가 내릴 수 있고, 이르면 9월부터 첫서리가 찾아온다. 해발 900m 고도의 연평균 기온은 약 4°C에 불과하며, 일 년 중 눈이 내리는 날이 평지에서는 최대 100일, 능선 부근은 무려 214일에 달한다. 전반적으로 국내 평균 강수량의 두 배가 넘는 비가 매년 이곳에 쏟아진다. 폭우가 내릴 때면 물은 종종 기존 물길을 벗어나 젖은 사면을 타고 위험하게 흘러내려, 결국 영구적인 습지대로 흘러든다. 기본적으로 오라 산맥은 습하고 차가운 북풍과 서풍이 지배적이어서 날씨가 급격하게 변하며, 연간 최대 124회에 달하는 긴 겨울 안개가 발생한다. 도심의 인프라가 제공하는 안전망이 없는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는 건물을 지속 가능하게 지어야만 한다. 기후 변화에 잘 견뎌야 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저비용 운영이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집 앞의 넓은 초원 아래에 지열 에너지 수집관을 매립했다. 짧은 여름 동안 사면의 흙 속에 축적된 태양열 에너지는 새롭게 시추한 우물물과 건물을 난방하는 데 사용되며, 사용된 물은 정화용 수생식물 처리장으로 흘러간다. 이 시스템을 구동하는 전력은 사면 아래 묻힌 농업용 부속 건물의 녹화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얻어지며, 기존 건물 지하를 확장해 새로 만든 기계실을 통해 온 집안으로 공급된다. 폐쇄회로 카메라부터 조명, 도어록, 블라인드에 이르기까지 집안의 모든 설비는 인공위성 연결망을 통해 도심과 연계된 통합 제어 시스템으로 원격 관리된다. 안정적인 저온 바닥 복사난방 시스템은 육중한 빌트인 벽난로와 결합되어, 겨울철 산악 기후에 필수적인 햇빛과 유사한 주파수의 풍부한 복사열을 실내에 제공한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주차장 지하에 마련된 소방 저수조는 연못으로 복원된 습지와 연계되어 단지 전체는 물론 인접한 산림의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수원을 공급한다.
가족들이 머무는 주거 공간(객실 아파트와 관리인의 주택 내부)은 소박하고 아늑하면서도, 수많은 방문객의 거친 사용을 견뎌낼 수 있도록 견고하게 디자인되었다. 여기에는 가장 활기찬 방문객인 아이들도 포함된다. 아이들이 머리에 모닥불 연기를 묻히고, 손가락에는 잔뜩 송진을 붙인 채, 자연에서 주워온 아름다운 오브제들을 손에 쥐고 온 집안을 거칠게 뛰어놀아도 끄떡없는 그런 단단함이 실내 곳곳에 녹아 있다.








건축가 노 아키텍츠(No Architects)
위치 체코, 오라 산맥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4,000 ㎡
건축면적 320 ㎡
연면적 650 ㎡
설계기간 2022
시공기간 2022 – 2025
준공 2025년
대표건축가 Jakub Filip Novák, Daniela Baráčková
디자인팀 Klára Rašková, Lenka Juračková, Jana Kutáček Sedlická
인테리어 No Architects (가구 제작: DAMA NET)
사진작가 Studio Flusser / 드론 사진: No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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